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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3.10.01 조회수 : 4468

[한국경제매거진 - 머니] 박종율 야마하골프단 본부장 “골프, 머리로만 이해해도 90타 절대 안 넘는다”



박종율 야마하골프단 본부장 “골프, 머리로만 이해해도 90타 절대 안 넘는다”

박종율 야마하골프단 본부장은 체육학 박사 출신의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다.
대학원 박사 과정에 들어가서야 본격적으로 골프에 입문한 그는 골퍼들에게 ‘생각하는 골프(Thinking Golf)’를 주문한다.
최근 ‘절대 90 넘지 않는다’는 책을 내기도 한 그에게 레슨을 청했다.

박종율 야마하골프단 본부장은 야마하골프단과 야마하기술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다.
이 밖에도 박 본부장은 스카이72골프클럽(GC) JY골프 트레이닝 연구소장, JY골프 멘탈연구소장 등 다양한 직함을 갖고 있다.
직함만 보면 그는 KPGA 프로라기보다 골프와 관련한 모든 분야의 연구자에 가깝다.
사실 그만큼 골프와 관련해 다양한 분야를 공부한 사람도 많지 않다.
그만큼 특이한 경력을 가진 레슨 프로도 없을 듯하다.

87학번인 박 본부장은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그런 그가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하며 체육교육학과를 선택한 건 대학 때 배운 해동검도의 영향이 컸다.
해동검도 7단에 한때 8개의 검도관을 운영하던 그는 연세대 대학원 박사 과정에 진학하면서 검도 대신 골프를 선택했다.

“검도는 비전이 없어 보였습니다. 학부 때 골프 수업을 듣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골프를 한 것도 아니고요.
그런 제가 골프를 선택한 건 고등학교 친구인 박범영 한양대 교수 영향이 컸습니다.”

KPGA 프로 출신인 박 교수는 당시 한양대 박사 과정에 있었다. 박 본부장은 박 교수를 보면서 골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박사 과정에 있으면서 그는 박 교수와 7편의 논문을 함께 썼다. 물론 박 교수에게 개인 레슨을 따로 받았다.

레슨과 꾸준한 연습 덕에 그는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78타를 기록했다.
그때까지는 스코어가 들쑥날쑥했다.
그러다 2004년 박사 4학기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골프에 매진했다.

박사 과정을 마치고 스카이72GC 트레이닝센터로 자리를 옮긴 그는 어린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태국 등 해외 전지훈련에도 따라갔다. 전지훈련을 가면 2주에서 최장 90일까지 하루 4시간씩 연습장에서 살았다.
아이언과 드라이버 2~3시간, 퍼팅과 어프로치 1시간 정도를 하고 나면 녹초가 되기 일쑤였다.
그렇게 절차탁마한 끝에 그는 KPGA 레슨 프로가 됐다.

박 본부장은 지난 8년간 스카이72GC에서 어린 선수들을 트레이닝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트레이닝과 연습, 연구 등을 통해 그만의 레슨법도 터득했다.
이번에 낸 책에는 그간 그가 터득한 골프의 원리를 담았다.

“골프 스코어를 줄이기 위한 비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먼저 자기 자신을 알아야죠.
일주일에 1~2번 연습장 가고, 한 달에 1~2번 라운딩 하는 골퍼는 보기 플레이에 만족해야 합니다.
그 정도면 더블 보기, 보기, 파를 각각 5개, 트리플 보기 2개, 버디를 하나쯤 할 경우 대충 92타 정도가 됩니다.
라운딩에서 아웃오브바운드(OB)를 내면 짜증을 내는데, 그럴 필요가 없는 거죠. 스코어는 비슷하니까요.
그런 분들이 제 책을 보고 골프를 이해하면 80대 중반은 칠 겁니다.”

초보자도 드라이버 잡으면 100% 스윙하라

첫 번째 레슨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그토록 목을 매는 드라이버다.
박 본부장은 파워 히터로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247~250m에 이른다.
롱기스트 홀에 서면 310m 이상은 나간다.
320m 파4홀에서 드라이버로 온그린을 시키기도 했고, 4년 전 고교 동창 골프대회에서는 358m의 코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장타자인 그는 드라이버는 무조건 100% 스윙을 하라고 주문한다.
골프를 처음 배울 때부터 100% 스윙을 해야 한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티박스에서 힘든 것은 드라이버를 컨트롤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볼을 컨트롤하기 위해 70% 스윙만 한다.
그는 드라이버는 컨트롤 샷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컨트롤 샷을 하다 보면 나중에는 교정이 안 되기 때문이다.
드라이버를 잡으려면 파워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스윙에 따라 기술적인 걸 보완해야 한다.

반대로 아이언은 컨트롤이 절대적이다.
박 본부장은 한 아이언으로 다양한 거리를 내는 연습을 한다.
예를 들어 9번 아이언을 잡고 풀스윙을 하면 135m가 나가고,
그립을 완전히 내려 잡으면 125m, 내려 잡은 상태에서 9시 스윙을 하면 110m의 거리를 낸다.
심지어 그는 5번 아이언으로 90m를 보내는 연습도 많이 한다.
이런 연습을 하는 이유는 필드에서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나무 밑에 낮게 깔아서 90m를 보내야 할 때는 5번 아이언을 쓰는 게 맞기 때문이다.

“연습을 할 때도 룰이 있다. 12시 룰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스윙을 9시에서 12시까지 나눠 거리를 연습하는 겁니다.
제 경우엔 5번 아이언으로 11시 스윙을 하면 185m, 10시 스윙은 175m, 9시 스윙은 140m가 나옵니다.
웨지는 54도를 쓰는데 이걸로 11시 스윙을 하면 95m가 나옵니다.
정확도를 요하는 숏 게임에서는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55세 이후, 장년에 맞는 스윙법 따로 있다

박 본부장은 드라이버와 아이언, 어프로치, 퍼칭까지 모든 경우를 다섯 가지 분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다섯 가지란 플레인과 체중 이동을 다루는 스윙 훈련, 10초 이내에 루틴을 기본적 훈련으로 하는 멘탈 트레이닝,
코스 공략법인 코스 매니지먼트, 스코어 통계 분석, 골프 스윙을 위한 근육 피트니스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스윙은 플레인(plane)과 체중 이동(transition) 등 두 가지만 하면 된다.
스윙 시 뒤에서 봤을 때 백스윙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진행하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에 따라 구질 분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따라 훅이나 드로가 나기 때문이다.
둘째, 체중 이동은 좌우에 대한 밸런스에 대한 분석이다.
임팩트 순간에 오른발에 체중이 남아 있으면 뒤땅이 나고, 왼발에 체중이 많이 가면 톱볼이 난다.
박 본부장은 플레인과 체중 이동만 체크하면 스윙은 대부분 잡힌다고 말한다.

“선수들을 트레이닝하다 보면 체중 이동을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뒤땅까지는 아니지만 공이 깊게 맞으면 왼쪽 무릎이 아프거나 불편한 경우가 많아요.
선수와 얘기해보면 실제 그런 얘길 하거든요. 그러면 피트니스할 때 왼쪽 무릎의 힘을 보완하는 트레이닝을 하는 거죠.
선수들 중 상위 10%는 30분 정도 스윙하는 거 보면 어디가 문제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아마추어들은 스윙하는 거 3번만 보면 어디가 문제인지 금방 알죠.”

골퍼 중에는 특별히 아프지 않아도 임팩트 순간에 왼쪽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어릴 때 왼쪽 다리를 다친 경우가 많다.
이런 트라우마를 가진 골퍼들은 오른쪽에 맞는 스윙을 해야 한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태국 파타야에서 만난 건설회사 이사였다.
그는 소아마비로 왼쪽 다리가 오른쪽 다리보다 5cm 짧았다.
그를 위해 박 본부장은 별도 레슨을 했다.
오른쪽에 8, 왼쪽에 2 정도로 힘을 분산하는 스윙법이었다.
처음 해보는 스윙에 그는 무척 만족해했다고 한다.

그의 예처럼 스윙은 근육 등 현재 몸 상태에 맞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레슨은 30대 초반인 코치의 몸에 맞춰져 있다.
좀 아는 골퍼들은 자기 또래 레슨 프로를 찾지만, 그 또한 근력과 유연성 등에서 일반인과 다른 경우가 많다.
골프는 유연성의 운동이다.
골프로 단련된 레슨 프로들을 따라하다 보면 몸에 무리가 와서 갈비뼈에 금이 가거나 광배근이 파열되는 것이다.

“레슨에 앞서 저는 ‘프로들처럼 하실래요, 편안한 스윙을 하실래요’라고 묻습니다.
나이가 많은 분들은 무리하지 않고 편안한 스윙을 하는 게 맞습니다.
저는 쉰다섯 살이 넘으면 왼 팔꿈치를 구부리는 스윙법을 권합니다.
두 번째가 백스윙 때 왼발 뒤꿈치를 드는 법입니다.
아놀드 파머같이 평생 골프를 친 프로들도 예순 살이 넘으면서 왼팔을 구부리고, 왼발 뒤꿈치를 들거든요.
그것만 수정해도 스윙이 확 바뀝니다.”

10초 안에 슈팅을 시작하라

두 번째 멘탈 트레이닝의 제1규칙은 루틴(routine)을 잡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프로들은 슈팅까지 10초, 아마추어들은 20초 가까이 걸린다.
하지만 아마추어라도 10초 내에 슈팅이 가능하도록 연습해야 한다.

박 본부장이 루틴을 강조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드라이버 헤드와 볼이 맞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00분의 1초, 헤드 스피드가 느리더라도 700분의 1초에 불과하다.
아이언이 200분의 1초, 어프로치가 30분의 1초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운동 신경이 반응하는 속도를 0.3초라 보면, 골프는 운동 신경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만큼 연습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10초 안에 루틴을 잡으면 아무 생각 없이 샷을 할 수 있습니다.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 슈팅까지 20초가 걸린다고 했잖아요. 그 시간에 별별 생각을 다합니다.
‘앞에 OB가 났으니까 난 이렇게 쳐야지’, ‘왼쪽에 해저드가 있으니까 오른쪽으로 쳐야지’ 등등이요.
그러면 여지없이 걱정한 데로 볼이 갑니다. 따라서 10초 이내로 루틴을 가져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다음은 코스 매니지먼트다. 박 본부장은 티박스에 올라가는 골퍼에게 “이 홀에서 뭘 할 건데?”라고 꼭 묻는다.
대부분의 경우 ‘파’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런데 홀 아웃을 할 때는 “야, 파 안 되네”라고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처음부터 욕심을 버리고 보기나 더블보기 등 자기 수준에 맞는 목표를 정하라고 조언한다.

“1번 홀 티박스에 들어가면 아마추어들은 드라이버만 잘 맞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핸디 1번이면 그 홀에서 보기만 해도 감사해야죠.
거리가 좀 긴 홀이라면 더블하면 보통, 보기하면 잘한 겁니다.
코스 매니지먼트만 돼도 금방 타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코스 매니지먼트가 가능하면 여러 고민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왼쪽이 해저드고, 오른쪽이 OB라면 당연히 왼쪽으로 치는 게 맞다.
괜히 ‘운 좋으면 OB 안 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오른쪽으로 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 경우 십중팔구는 OB가 난다.

박 본부장은 그게 바로 멘탈 문제라고 했다. 머리가 기억하는 건 마지막 명령어다.
‘벙커에 안 들어가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마지막에 기억하는 건 ‘안 가야지’가 아닌 ‘가야지’다.
이런 경우 ‘벙커에 안 들어가야지’가 아니라 ‘페어웨이 한가운데 넣어야지’라고 생각해야 한다.

골프는 머리로 먼저 이해하라

마지막으로 스코어 통계와 골프 피트니스다.
스코어 통계는 스코어에 맞는 코스 공략이다.
80타 수준이라면 핀을 공략할 때 보다 세밀한 어프로치를 해도 되고,
보기 플레이어라면 스코어 관리를 위해 보수적으로 핀을 공략하라는 것이다.

피트니스는 스윙과 깊은 관련이 있다. 국내 여자 골프선수들 중에는 25~26세에 은퇴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이는 골반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다. 골프를 하면 골반 자체가 뒤틀리게 된다.
따라서 라운딩 후 스트레칭 등을 통해 골반을 바로 잡아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경우는 현 근육 상태에 맞는 스윙을 하면서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
유연성은 비거리와 직결된다.
이 때문에 비거리를 늘리려면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
유연성은 근육의 크기보다는 탄력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스트레칭, 요가 등을 통해 꾸준히 탄력을 키워야 한다.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핵심은 ‘골프를 절대 몸으로 익히지 말고 머리로 이해를 하라’는 겁니다.
저는 이걸 ‘생각하는 골프(Thinking Golf)’라고 부릅니다.
개인적으로 뇌과학에 관심이 많은데요, 머리가 먼저 이해하면 나중에 몸은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선수들의 스윙을 보면 자면서도 머리가 학습을 하게 됩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티칭 프로가 되고 골프를 빨리 익힐 수 있었던 건 연습 덕도 있지만 머리로 이해하려고 한 게 컸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경제매거진 - 머니]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