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메거진 GOLF INTERVIEW]
이갑종 오리엔트골프 대표이사, “내 이익 줄여서라도 대리점과 상생하겠다”
야마하골프를 수입, 판매하는 오리엔트골프의 이갑종 대표는 골프업계에서 마케팅의 귀재로 손꼽힌다.
야마하골프가 매출 500억 원대, 업계 ‘톱 5’에 들 수 있었던 것도 마케팅의 덕이 컸다.
로봇 광고로 골프용품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 대표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만났다.
이갑종 대표를 만나면 가장 묻고 싶었던 게 광고에 로봇을 등장시킨 이유였다.
야마하골프 하면 자연스레 드라이버를 든 로봇을 연상하게 되는데,
그 의미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로봇의 강인함과 디지털적인 면이 비거리와 정확도를 뜻하는 것인지, 그걸 확인하고 싶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광고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더해 설명을 시작했다.
광고는 크리에이티브가 가장 중요하다.
로봇을 광고에 활용한 건 로봇이 현대 과학의 상징이라는 점에서였다고 한다.
정확성을 요하는 골프와 그런 점에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광고는 독특해야 한다’는 이 대표의 광고 철학과도 맞았다.
이 대표는 야마하 광고의 롤 모델로 말보로 광고를 들었다.
마케팅 관련 서적을 탐독하던 시절 자주 접한 것이 말보로 광고였다.
말보로 광고는 카우보이를 통해 남성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광활한 평원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인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지속적인 광고를 통해 ‘카우보이=말보로’라는 말보로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그는 카우보이 하면 말보로를 떠올리듯이, 로봇 하면 야마하를 연상하게 만들 생각이다.
지속적으로 로봇 광고를 선보이다 보면 언젠가는 그날이 올 거라고 그는 확신한다.
Q. 그간 광고에 등장한 로봇도 조금씩 진화한 듯합니다.
“처음 배트맨 가지고 광고를 했고, 그 뒤 마징가제트, 태권브이 등으로 나름대로 진화를 한 거죠.
배트맨보다는 마징가제트, 태권브이 등이 중장년의 향수를 자극한다고 판단한 거죠.
저는 모든 어른 속에 어린이가 산다고 생각합니다.
광고는 제품 정보와 함께 보는 이에게 즐거움도 줘야 합니다. 로봇은 그걸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Q. 공격적인 마케팅 덕에 매출도 많이 늘었다고 들었습니다.
“2011년 기준 매출액 550억 원, 순이익 58억 원 정도입니다.
지난해에는 시장이 좋지 않아서 530억 원 매출에 순이익 28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클럽 매출만 보면 국내 3위 정도 수준입니다.”
Q. 지금은 야마하가 드라이버의 대명사가 됐지만, 수입 초기에는 인지도가 굉장히 낮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야마하골프와 인연을 맺게 됐습니까.
“골프용품 사업을 시작한 지도 벌써 23년이 되네요.
어떤 이들은 사명감으로 직업을 선택했다지만 저는 우연한 기회에 골프용품과 인연이 닿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다 집안에서 하는 도자기 공장 일을 도왔어요.
그러다 쉬고 있는데 전 직장의 상사로부터 골프용품 수입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연락이 온 겁니다.
무역을 했던 제 경험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게 1988년 일입니다. 당시 몇 개 브랜드를 수입해서 팔다가 1990년 독립을 했어요.”
당시 야마하 수입·판매사는 (주)금호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금호에서 수입하고 우리가 판매를 했죠. 그런데 시장 상황이 안 좋았어요.
수입 다변화 정책 때문에 제품을 대만을 통해 들여와야 했고,
일본 골프 시장 침체로 본사에서 제품 개발이 제대로 안 됐어요.
결국 금호는타이어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골프 사업을 포기하게 됐습니다. 그걸 제가 인수한 겁니다.”
Q. 어떤 사업이든 초기가 가장 어려운 법입니다. 오리엔트골프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듯합니다.
“사업은 자본력이 중요한데 돈이 잘 안 돌았어요.
야마하 골프채에 대한 인지도도 낮아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고민하고 고민하다 마케팅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대학 다닐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하루에 한 권씩 읽었을 정도니까요.
심리학 마케팅, 무의식 마케팅 등 정말 열독했죠.
그 뒤엔 자연스레 심리학도 공부하게 됐죠. 심리학을 알면 사람을 움직이는 코드가 보입니다.
그 사이 본사에서는 제품 개발에 나서서 제품도 굉장히 좋아졌어요.
제품이 좋으니까 그때부터 올인을 하게 된 겁니다.”
Q. 골프용품업체로는 처음으로 CF를 찍었죠.
“CF를 만들어서 처음으로 공중파 프라임 타임에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15초에 광고료가 1000만 원이었어요. 2개월간 광고비로 2억4000만 원을 썼는데 판매에는 큰 차이가 없었어요.
나중에 골프 전문 채널이 생기면서 그쪽으로 광고를 했죠.
신문 광고, 옥외 광고도 지속적으로 했습니다. 옥외 광고도 우리가 업계 최초입니다.
그러면서 인지도가 점점 올라간 거죠.”
Q. 최근 몇 년 사이 매출이 급성장한 것도 마케팅 영향이 컸겠습니다.
“당시는 우리만 본격적으로 광고를 했으니까요.
예전 일본 브랜드들의 매출을 모두 초월한 거죠. 광고를 전쟁에 비유하면 공중전에 해당합니다.
광고를 쏟아 부은 후 인지도와 신뢰도가 올라가면 보병에 해당하는 판매직원들이 뒤따르는 거죠.
요즘 골프용품 시장은 광고전이라도 해도 무방합니다.
예전에는 품질 면에서 일본 제품이 미국 제품을 월등히 앞섰지만 지금은 미국 제품의 품질이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그걸 기반으로 미국 골프용품업체들이 마케팅 비용을 엄청 쏟아 붓고 있어요.”
Q. 품질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요, 야마하 하면 드라이버 아닙니까. 야마하 드라이버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야마하는 다른 브랜드들과 차별화된 기술적 특징이 있습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티타늄 드라이버를 최초로 개발한 것도, 카본 헤드를 만든 것도 야마하골프입니다.
올해 나온 2013년 야마하 리믹스(RMX) 드라이버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번에 내놓은 리믹스 드라이버는 스포츠용품 검사소 테스트 결과
현재 판매 중인 타사 드라이버 대비 캐리 거리가 최소 6.4야드에서 최대 9.6야드 앞섰습니다.”
Q. 회사 경영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금까지 회사를 경영하시다 보면 이젠 되겠구나 싶은 때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 대표님의 경우는 그게 언제였습니다.
“10년의 법칙이란 게 있잖아요. 사업도 그게 통용되는 것 같습니다.
독립하고 10년쯤 지나니까 그런 감이 오더군요. 2002년부터 이익을 남기기 시작했으니까요.
골프용품 사업을 하면서도 그전에는 어려워서 골프 칠 엄두도 못 냈습니다.
회사가 자리를 잡으면서 골프를 시작했는데 이제 8년 정도 됐습니다.”
Q. 골프용품 사업을 하다 보면 여러 어려움이 따를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중 하나가 대리점 관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죠.
1990년대 초에는 부산에 배가 들어오면 중간상들이 물건을 받아서 서울에 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골프용품 시장에서 블랙마켓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격 통제가 어려웠어요. 저희는 처음부터 가격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가격을 안 지키면 물건을 안 줬어요.
그런데도 문제가 생겼어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후에는 아예 판매 대행 체제로 바꿨습니다.”
Q. 판매 대행 체제로 전환하면 재고 부담 등 본사가 져야 할 리스크가 커지는 것 아닌가요.
“재고 부담도 있고 카드 수수료로도 연간 16억~17억 원이 듭니다.
초기에 신용카드 단말기 사는 데도 8억 원 가까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판매 대행으로 전환한 건 유통 질서를 바로잡고 싶은 열망이 컸기 때문입니다.
한국 골프업계의 가장 큰 병폐가 불투명한 유통 질서입니다.
대형 숍들은 사정이 다르지만 중소형 숍들은 밥 먹고 살기 어려워요.
어떻게 하면 대리점과 상생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판매 위탁 체제로 전환한 겁니다.
본사와 대리점주가 서로 상도의를 지키면서 당당하게 이익을 나눠야죠.
쉬운 판단은 아니지만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대리점주들한테 고맙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Q.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정비된 조직으로 야마하 브랜드를 강화시키는 게 1차 목표입니다.
야마하는 드라이버뿐 아니라 우드와 아이언도 굉장히 좋습니다.
특히 최근 내놓은 인프레스 X 페어웨이우드는 고속선의 배 밑 형상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우드 하단 프리코프 트윈 솔은 잔디를 잘 빠져나갈 뿐 아니라 직진성을 향상시킵니다.
시모어 퍼터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마케팅할 계획입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